야설

나의 어느날.. - 34부

야오리 1,975 2018.04.13 21:54
건물 입구는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고 입구쪽에 있는 죽집 아르바이트생이 나와 입간판을 세우고 있었다...엘레베이터를 타고 11층을 눌르곤 벽에 기댔다..경음과 함께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누군가가 뛰어왔다..
" 잠시만요.."
닫히는 엘레베이터 문사이로 손을 넣어 문을 잡자 문이 다시 열렸다...
머리를 위로 땋아올려 목덜미를 시원하게 드러낸 30대 초반의 여인이 들어섰다..그녀가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며 향긋한 향수내음이 내 코끝을 간지럽혔다..잠시 마주친 금테 안경속의 검은 동자는 유난히 커보였고..얇은 쌍커플도 인상적으로 보였다..나를 뒤로 하고 돌아선 그녀의 목덜미 뒤로 반짝 빛나는 목걸이는 그녀의 가녀린 목과도 잘 어울렸고 버튼을 누르러 내민 손에 팔찌 역시 그녀만을 위한 것이라 여길만큼 이쁘고 도도해 보였다..10층 버튼을 가볍게 누른 그녀는 날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닫힌 엘레베이터 문을 약간 턱을 치켜든채 꼿꼿히 바라보고 있었다...10층은 도원 이란 상호를 쓰는 한정식 집이었다...우리 건물 세입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10층 전체를 쓰고 있는 사업자였다...그녀는 10층에 이르르 문이 열리자 엘레베이터 밖으로 나가서는 돌아서며 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그도 그럴것이 10층 까지만 상가이고 11층은 반은 관리 사무실이고 나머지 반은 스카이 라운지였는데 스카이 라운지는 밤에만 영업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11층에 올라가는 사람은 건물 세입자들 말고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는 나와 초면 이었기에 궁금한 눈빛을 하며 이내 사라졌다..난 피식 웃고는 이내 11층에서 내렸다..
출입구 반투명 유리창에 푸른 글씨로 관리사무실 이란 글씨가 눈에 크게 띄었다...문을 밀고 들어가자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창구 너머로 본 경리 자리는 장부와 서류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창구를 돌아 아버지 사무실 쪽으로 다가가자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서 걸음을 멈추고 사무실 문앞에 섰다...
" 뭐라고 하고 나왔는데? "
아버지 목소리 였다..
" 그냥 볼일 있다고 했지 머..."
낯익은 여자 목소리였지만 누군지 가물거렸다...
" 뭐라고 안그래? "
" 별루..."
" 어디가냐구도 안묻고? "
" 그렇다니까.."
" 너희들 요즘 사이 안좋냐? 뭐 그래? "
" 우리 사이야 좋지..."
" 근데 아침부터 어디나가는데 묻지도 않어? "
" 뭐야..내가 와서 싫다는 거야? 나 갈까? "
" 허허허..그렇게 들렸나? 미안해...근데 어쩐일야.."
" 그냥 이런저런...보고싶기도 하고..."
" 허허..나도 그렇던데...통했나...허허..."
" 웃기셔..."
" 일루와봐.."
" 아야..아퍼...하지마..여기서.."
" 잠시만 가만있어봐...아무도 없어..."
" 아가씨 있잖아..."
" 은행 몇군데 보냈잖아..아까 못봤어? "
그리고 대화가 없었다...난 사무실안의 상황을 예상은 했지만 궁금한것도 사실이었다...그렇다고 다짜고짜 열어볼 수도 없었다..접대 테이블에 놓인 조간 신문을 건성으로 한두장 넘기며 사무실 안에서 나는 소리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 아...야..여기..서.."
" 응.."
" 누가 오면 어쩌려구..."
맨살을 때리는 찰싹 소리가 났다...
" 아무도 안온다니까..."
" 그래두 불안해서...싫어.."
" 거 참내... "
" 오늘 바빠? "
" 나야 항상 바쁘지...허허..."
" 그럼 안되겠네..."
" 뭐가...? "
" 오늘 서비스 한번 잘해주려했더니...호호호홋 "
" 허허 그럼 시간 내야겠네...."
" 그래 시간내라...내가 요 근처에 가 있을께.."
" 어디..거기? "
" 어...저번에 거기..."
" 가만있자...너 단순히 서비스만 해주려고 하는거 아닐껄..."
" 눈치는...할 얘기도 있고.."
" 그럴줄 알았다...뭔 얘긴데..?"
" 나중에...빨리 손부터 좀 빼...나 가서 샤워좀 하고 있을께..언제 올꺼야..?"
" 한 두어시간...정도..걸리겠네...올 사람이 있어서..."
" 그렇게나?...아뭏튼 빨리와..."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와 쇳소리가 같이 밖으로 새어나왔다...난 급히 움직여야 했다...
도둑걸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 엘레베이터 옆 비상 계단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조용한 11층에서 아버지 사무실 문소리와 두사람의 발자욱 소리만 또렷히 울렸다...도란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하이힐 소리만이 점점 내 곁으로 다가와 지나쳤다...뒷모습 또한 안면이 많았다.. 고개를 조금 내밀어 그녀를 확인했다...
" 헉!! "
그녀는 아버지 친구분의 부인이었다...어려서부터 집에서 계모임을 할때 가끔 보았던 사람이었고 따라서 어머니와도 친분이 두터웠다..그리고 모임에서는 항상 그녀는 돋보였다...특히 그녀는 큰 눈과 긴 속눈썹으로 애교와 교태를 동시에 표현해내는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집 모임에서 볼때 인사를 건네면 생긋 웃어주는 그녀의 보조개에서 난 가쁜 호흡을 경험햇고 그녀와 내가 우연이라도 스치면 난 사타구니가 아파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햇던 기억이 들었다...
중학교 다닐때 어느 여름날이였던가...집에 돌아왔을때 그녀가 우리집 거실에서 어머니와 함께 낮잠을 자는데 돌아누운 그녀의 민소매 티셔츠 위로 그녀의 브래지어를 보고는 그날 이후 그녀는 잦은 나의 자위상대가 된적도 있었다...후에 아버지 사업이 번창해서 집안이 좀 살게 되고난 후로는 밖에서 모임을 자주 하시는 바람에 그녀를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녀가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손에 들고는 엘레베이터를 탔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난 꿈에서 깬듯 내가 왜 여기 있는지...왜 피했는지..차근 차근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버지 사무실로 들어가야하는지...가서 뭘 할건지..마음은 온통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지만 난 잠시동안 이 어지러운 상황을 이해해야만 했다...
- 그녀를 따라갈까? 따라가면 뭐할건데...
혼자만의 자문자답을 계속하다 난 나도 모르게 뛰어나와 엘레베이터 층수를 보았다...빨간 숫자가 6에서 5로 바뀌었다...난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다..그래서 우연인척 인사라도 하며 그녀를 다시 보고 싶었다...비상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4칸씩...서너걸음으로 한층을 넘어질듯 뛰어내려갔다...
11층은 높긴 높았다...내려오는 것이었지만 숨이 턱에까지 차올랐다...1층 그림이 계단 중간에 걸려 있었고 내 몸은 하늘을 날듯 회전하며 문을 열어 젖히고는 엘레베이터를 확인했다...
3층...4층...
그녀는 벌써 내려 건물을 빠져나간듯 했다...입구쪽으로 뛰어 나가며 양쪽 길을 확인했다...오전 나절이라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없어 그녀를 금방 찿을 수 있었다...가뿐 숨을 고르며 그녀를 멀지감치 따랐다...그녀는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검은 정장 치마 뒤로 그녀의 엉덩이가 작고 이쁘게 살랑거렸다...치마 밑으로 들어난 그녀의 종아리를 누가 40대 후반의 종아리라고 할까??? 감상의 즐거움을 느끼려는 찰라 그녀가 주유소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골목입구에서 잠시 멈칫하던 나는 이내 그녀가 사라진쪽으로 따라갔다...그녀는 뒤도 안돌아보고 또다른 건물 뒷문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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