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마조마마(MMM) 23부

야오리 6,343 2019.09.06 14:31
본의 아니게 지숙의 몸만 선명하게 기억해 버렸을 뿐이었다.
 
이전의 지숙의 행위들도 봐오긴 했지만, 대부분 훔쳐 보거나 또는 캠 영상이었고, 또한 형우 역시 지숙의 몸을 자세히 보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사진을 보다 보니 그녀의 보지와 항문의 주름까지 또렷하게 기억날 정도로 머리속에 박혀 버렸다.
 
형우는 스스로 민망하여 얼굴을 붉히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숙에게 닿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한스러웠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형우는 거의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핍폐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눈을 뜨면 하루가 지옥 같았고, 눈을 감으면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
 
...아프면 엄마가 돌아 올까? 아니, 내가...죽으면 엄마가 돌아 오겠지?
 
머리속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만약에 자신이 죽으면 지숙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이대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지금 심정 같아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죽을 때 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그냥 가만히 누워 떠나간 지숙을 기다릴 수 있었다.
 
엄마...돌아 와요......
 
형우는 머리속에 멤도는 말을 중얼거리며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린 것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서였다.
 
형우야! 민형우! 정신 차려!
 
뺨을 연신 두들기는 느낌에 형우는 눈을 떴다.
 
힘없이 떠진 눈에 한 남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
 
그를 깨운 것은 바로 아버지 민수철이었다.
 
수철은 형우가 정신을 차리는 것을 보자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휴우. 이 놈아! 네 꼴이 이게 뭐냐? 아무리 혼자 있더라도 몸은 챙겼어야지!
 
수철은 상당히 화난 목소리로 꾸짖었다.
 
의외였다.
 
형우가 삐뚫어진 이후로 실망했는지, 관심 한 번 주지 않던 수철이었다.
 
항상 무뚝뚝하게만 대하던 수철이 그런 다급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가 절 걱정하는 일도 다 있네요.
 
형우가 힘 없는 목소리로 말하자 수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놈아. 난 니가 진짜 잘못되기라도 한 줄 알았다. 대체 왜 그러고 있는 게냐?
 
그냥요. 그냥 이러고 있으니까 편해서요.
 
수철은 건성으로 대답하는 형우가 답답했던 지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말했다.
 
일단 나가자. 나가서 뭐라도 좀 먹어야 겠다.
 
수철은 형우를 일으켜 세우고는 밖으로 데려 나갔다.
 
두 사람은 가장 가까운 설렁탕집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먹는 내내 대화는 없었다.
 
형우는 숟가락으로 설렁탕을 깨작거렸다.
 
아버지가 왜 온 걸까......
 
수철은 이미 두달 전 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지숙의 말로는 장기간 외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었다.
 
물론, 진짜로 외국으로 갔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마 불륜녀와 함께 있느라 그런 거짓말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수철이 무슨 일로 집에 온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수철은 묵묵히 설렁탕을 먹기만 할 뿐이었다.
 
설렁탕 그릇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져 있었다.
 
의문은 들었으나 수철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또 좋아지고 싶지도 않은 형우였기에 먼저 말을 꺼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부자는 말 없이 설렁탕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텅 빈 것 같은 몸에 피가 좀 도는 느낌이었다.
 
형우는 자신이 포만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세상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설렁탕 한 그릇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웃겼던 것이다.
 
수철은 형우를 근처의 조용한 카페로 데리고 갔다.
 
집에서는 항상 우울해하던 수철이었지만, 지금은 평소보다도 더욱 표정이 어두웠다.
 
카페에서 음료를 시켜 마시면서도 수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 형우를 보며 입을 달싹 거리는 것을 보면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긴 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이길래......
 
형우는 수철이 무슨 행동을 하면서 그렇게 주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남자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던 수철이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있는 남성상의 전형인 인물이 그였다.
 
그런데도 이토록 입을 열기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그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혹시 엄마가?
 
형우는 지숙이 관련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수철이 지숙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지숙이 집을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별별 가능성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창 밖의 사람들에게는 짧은, 그러나 형우에게 만큼은 일년 만큼 긴 시간이 흘렀다.
 
커피를 두 잔이나 마신 수철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형우야. 알고 있었니?
 
뭐를...요?
 
내가...니 엄마 말고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 말이야.
 
형우는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을 묻는 지 모르겠지만, 굳이 대답을 하고 싶진 않았다.
 
수철 역시 형우의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빈 커피잔을 메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사실은 꽤 오래 된 사이란다. 아마 네 엄마하고 결혼하고 얼마 안되서 부터 였을 게야.
 
형우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걸 왜 저한테 말씀 하는 건데요?
 
수철은 형우의 사나운 시선에도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네 엄마하고는 선으로 결혼을 했단다. 서로 집안끼리 상의를 해서 날짜까지 모두 잡아 놓고 처음으로 얼굴을 봤지. 참 예쁘더구나. 네 엄마는.
 
예전 기억을 더듬는 지 수철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잠시 추억을 회상하던 수철은 다시 말을 이었다.
 
처음엔 잘 해보려고 했단다. 좋은 직장에 예쁜 아내까지 생겼으니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지. 네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그리고 네 엄마한테 행복을 받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었지.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더구나. 네 엄마는 남자를 사랑할 줄을 몰랐어. 단지 자라면서 듣고 배워 온 그대로만 했을 뿐이지. 남편을 존경하고 가정에 충실한 그런 일들 말이야. 난...네 엄마에게서 나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가 없었단다. 그녀는 안정 되고 모범적인 가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만 안둔했을 뿐이지. 그리고...나도 그런 네 엄마를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그래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비웠다는 건가요? 그런 걸 변명이라고 말하면서?
 
형우는 증오를 담은 눈빛을 던졌다.
 
그에게 수철은 비겁자였다.
 
그저 자신이 벌인 일에 숱한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려는 비겁자.
 
형우의 속마음을 짐작했는 지 수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랬단다. 그래서 지금의 그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지. 나도 괴로웠단다. 마음은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데, 현실은 네 엄마를 곁에 둘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형우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비웃었다.
 
그럼 진작 이혼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수철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너를 생각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또 네 엄마가 불쌍하기도 했고 말이야. 그래서 마음과 몸을 따로 둬야 하는 괴로움은 내가 떠안고 살겠다고 생각했었지. 최소한 네가 어른이 될 때 까지는 말이다.
 
그런데요?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는 건가요? 지금 와서 이혼이라도 하시게요?
 
형우가 쏘아 붙이자 수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쯤 전에 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더구나.
 
형우의 얼굴에 뜻밖이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무슨 일로요?
 
수철이 잠시 형우를 바라보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혼을 하자더구나.
 
그 말에 형우는 잠시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대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잠시 그 말의 뜻을 되새겼을 때.
 
형우는 테이블을 내리치며 일어났다.
 
뭐라고요? 말도 안 돼요!
 
한 달 전이면 아직 지숙이 집을 나가기 전이었다.
 
그렇다면 지숙은 이미 한 달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형우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수철이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진정하고 앉거라.
 
그러나 형우는 도저히 진정을 할 수 가 없었다.
 
세상이 깨어지기라도 한 것 처럼 중심을 잡을 수 없었고, 눈 앞이 깜깜해졌다.
 
머리속은 텅 빈 것 처럼 하얗게 변해서 아무것도 생각 나지 않았다.
 
귓속에 벌레라도 들어간 것 마냥 윙윙거렸다.
 
털썩.
 
다리에 힘이 빠져 의자에 앉았다.
 
수철이 그런 형우를 안쓰럽게 보며 말했다.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니 엄마에게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모양이더구나.
 
형우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벌려 물었다.
 
그, 그래서요? 아버지는 뭐라고 대답하셨는데요?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 싫다고 할 수 있겠느냐? 내 사랑만 지킨답시고 네 엄마를 십수년간 내버려둔 내가......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형우의 질문에 수철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녀는...네 엄마는 사정이 있어서 너를 맡을 수 없다고 하더구나. 그래서...너만 괜찮다면 나와 함께 살면 어떨까 싶구나. 물론 니가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은 알고 있단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니가 싫어 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마. 아버지에게...기회를 한 번 줘 보지 않겠니?
 
수철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형우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형우는 수철의 함께 살자는 권유는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
 
형우는 지숙에게, 사랑하는 엄마에게서 버림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플 뿐이었다.
 
뚜욱.
 
형우의 눈에 물방울이 맺혔다.
 
평소라면 자존심 때문에 수철의 앞에서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아니,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버림 받았다는 슬픔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왜......
 
형우는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왜요? 엄마가 왜 이혼을 하자고 한 건데요? 네? 아버지한테는 이유를 말했을 거 아니에요? 대체 왜요?
 
형우는 절규하듯 소리쳐 물었다.
 
수철이 탄식을 하며 대답했다.
 
네 엄마에게 남자가...생긴 모양이더구나. 그 남자가 이혼을 요구한 것 같더라.
 
형우는 온 몸에 힘이 빠져 버렸다.
 
가장 두려워 했던, 그러나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일이 일어나 버렸다.
 
그가 감당할 수 없었던 분노와 슬픔을 이악물고 참아왔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지숙이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밝히면 그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떠날까봐 두려웠고, 그래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스러운 사인방을 마음대로 건드리지도 못했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녀에게 사인방, 특히 김동혁의 존재가 너무도 커졌기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가 한 마음고생들은 모두 쓸모 없는 짓이 되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곁을 떠나지 만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지숙은 그냥 떠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자신이 아들로서 곁에 있는 것조차 거부했다.
 
형우는 온 몸의 기운이 모두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수철이 그런 형우를 안쓰럽게 보며 위로했다.
 
엄마를...너무 원망하진 말거라. 아마 그 사람도 어쩔 수 없었을 게다. 일이 이렇게 된 건 모두 내 잘못이란다. 내 욕심만 챙기며 살다 보니 네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고, 또 너한테 이런 상처를 주는 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형우야. 아버지가 정말로 미안해서 뭐라 할 말이 없구나.
 
형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너도 조금은 생각 할 시간이 필요 하겠지. 잘 생각해 보고 마음에 결정이 내려지면 연락 다오.
 
수철은 형우의 어깨를 꾹 잡아 주고는 가버렸다.
 
카페 문 밖으로 보이는 수철의 뒷모습이 형우 못지 않게 쓸쓸해 보였다.
 
 
형우는 집에 돌아와 머리를 감싸고 고민했다.
 
이성으로는 이미 수철이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지숙은 김동혁과 함께 하기 위해 집을 나갔고, 또한 자식인 그를 버렸다.
 
모든 정황이 그것이 사실임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 안에 다른 진실 같은 것이 있을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형우는 지숙을 믿었다.
 
그녀에 대한 마지막 믿음은 그런 확실한 사실 만큼이나 확고했다.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엄마가 나를 버릴리가 없어. 지금은 단지 혼란스러운 것 뿐이야. 그저 혼란스러워서 집을 나가 있는 것 뿐이라고.
 
형우는 지숙에 대한 일말의 믿음을 절대 저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 우선은 엄마를 만나 보자. 엄마를 만나서 확인해 보자. 분명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거야.
 
형우는 수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지숙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철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이틀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형우는 이틀 동안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고 잠도 푹 잤다.
 
이렇게 반시체 같은 모습으로 지숙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니, 사실은 그런 모습으로 나가서 지숙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비참한 모습을 본다면 그녀가 생각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의 유치한 생각을 지워 버렸다.
 
지숙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은 그 자신에게도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틀 후.
 
수철은 형우를 법원으로 데려갔다.
 
아버지 여긴......?
 
형우가 긴정하여 묻자 수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이 네 엄마와 이혼을 하는 날이다. 숙려기간이 끝나는 날이지. 어차피 네 양육 문제 때문에 삼개월쯤 후에 너랑 같이 와야 되서, 그때 네 엄마와 만나게 해주려고 했었단다.
 
그렇군요...엄마는 어디 있나요?
 
아마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다. 일단 내가 가서 절차를 다 밟고 나면 같이 데리고 나오마. 그 동안 저기 앞에 까페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그리로 데려 가마.
 
형우는 힘 없이 대답했다.
 
그럴게요.
 
수철이 가르쳐 준 카페는 법원 근처라 그런지 왠지 분위기가 숙연한 곳이었다.
 
형우는 그 조용함 속에 자신을 묻은 채 지숙을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가는 것이 너무도 느리게만 느껴졌다.
 
차 한잔을 시켜 놓고 멍하니 앉아 기다린지 얼마쯤 되었을까.
 
수철이 나타났다.
 
엄마는요?
 
곧 올거다. 그런데 형우야.
 
형우를 부르는 수철의 얼굴에 걱정이 떠올라 있었다.
 
형우 역시 덩달아 긴장하여 물었다.
 
왜...그러는데요?
 
수철이 한숨을 쉬었다.
 
만약에 엄마가 조금 달라졌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거라. 엄마의 달라진 모습에 네가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형우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 지 알 수 없었다.
 
수철이 형우의 어깨를 두들기더니 돌아섰다.
 
난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천천히 이야기하고 나오거라.
 
수철이 나가고 얼마 후.
 
형우는 그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 지 알게 되었다.
 
또각또각.
 
장딴지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가죽부츠를 또각거리며 들어오는 여자.
 
목까지도 오지 않는 짧은 단발 머리를 붉게 물들인 여자였다.
 
허벅지 위까지 올라 오는 짧은 미니 스커트에 속옷과 거의 다름 없는 탱크탑을 입었고, 짙은 눈화장과 새빨갛게 칠한 입술, 그리고 귀에는 요란한 귀고리를 매달고 있었다.
 
손에는 겉옷으로 보이는 가죽 코트를 들고 있었는데, 움직일 때 마다 어디선가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쌔끈하다며 휘파람을 불었을 복장과 몸매, 그리고 외모였다.
 
그러나 형우는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 때 까지도 아무런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바로 지숙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분명 지숙이었지만 형우가 아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예전에 지숙의 걸음걸이는 조선시대 아녀자의 것과 같이 조신하고 얌전했었다.
 
하지만 지금 지숙은 마치 창녀의 그것처럼 엉덩이를 이리저리 씰룩이며 걷는다.
 
또, 지숙의 눈빛은 항상 맑고 순수했었다.
 
그러나 지금 지숙의 눈은 탁한데다 색기까지 흐른다.
 
몸짓 하나하나가 마치 한껏 발정이 나서 남자에 굶주린 여자 같았다.
 
그녀의 색기 넘치는 몸짓에 엄숙하던 카페가 술렁거렸다.
 
카페 안의 모든 남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형우 조차도 처음 그녀가 눈에 들어왔을 때, 엄마에 대한 반가움이 들기보다 가슴이 먼저 두근 거렸을 정도였다.
 
지숙은 모든 이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전혀 움츠러 들지 않고 형우 앞에 다가와 앉았다.
 
형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를 보자 마자 묻고 싶었던 질문들이 수도 없이 많았건만, 막상 눈 앞에 지숙을 보게 되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숙은 그런 형우를 가만히 보았다.
 
그녀의 눈에도 약간의 애잔한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것은 너무도 무정한 말이었다.
 
어차피 삼개월 있으면 또 보게 될텐데, 뭐하러 따라 나왔어?
 
그 말에 형우는 흠칫 몸을 떨었다.
 
예전에는 단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아들이 보고 싶었다고 껴안아 주던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은 잘 있었느냐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나왔냐고 묻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그녀에게 자신은 삼개월이라는 시간 조차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질 만큼의 존재가 된 것이다.
 
형우는 말 없이 그녀를 바라 보았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변하게 한 것일까?
 
지숙 역시 형우의 얼굴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얼굴이 많이 상했네. 밥 잘 안 챙겨 먹니? 엄마 없어도 니 몸은 니가 챙겨야지. 이제 너 챙겨 줄 사람도 없잖아.
 
형우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엄마가...엄마가 챙겨 주면 되잖아요. 엄마가 옆에서 챙겨 주면 되잖아요.
 
형우는 목소리가 갈라져 나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옆에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알려주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지숙은 무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거 너도 알고 있잖니? 엄마는...엄마는 이제 엄마 인생을 살고 싶어. 그러니 형우도 이만 엄마를 놓아 줘.
 
형우는 소리쳤다.
 
살면 되잖아요! 내 옆에 있으면서도 엄마 인생 살 수 있잖아요! 왜 꼭 떠나야 되는 건데요? 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고요?
 
형우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마음 속의 말을 토해냈다.
 
그의 고함에 지숙이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게...그게 안 돼. 그게 안 돼서 이래. 엄마도 알고 있는데...그게 안 되서 이러는 거라고.
 
지숙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
 
처음 카페에 들어 올 때의 당당함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내듯, 그녀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들어 있었다.
 
형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저 안 버린다면서요? 절대로 안 버리겠다면서요? 나중에 내가 장가 갈 때 까지 절대로 안 보내 겠다면서요?
 
형우는 절규하듯 외쳤다.
 
지숙이 형우의 시선을 외면하듯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해. 미안해 형우야. 엄마 이제 그 약속 지킬 수 없게 되었어. 미안해 형우야.
 
지숙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일어났다.
 
형우...밥...잘 챙겨 먹고...아프지 말고...씩씩하게 잘 살아야 해.
 
지숙은 한 마디 한 마디 힘겹게 말하고 돌아 섰다.
 
형우는 그녀가 그대로 나가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에 대한 배신감과 김동혁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 새끼...그 개새끼가 그렇게 중요해요? 남의 아내, 엄마를 탐내는 그 비열한 자식이 엄마에게 그렇게 중요한 거냐고요? 가정도 아들도 다 버릴 만큼 그 쓰레기 같은 새끼가 그렇게......
 
짜악.
 
악에 받쳐 소리치던 형우의 뺨에 불꽃이 튀었다.
 
형우의 고개가 돌아가며 눈 앞이 하얗게 변했다.
 
멍 하니 시선을 돌리자 지숙이 손바닥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지숙에게 뺨을 맞은 것이다.
 
지숙은 잔뜩 화가 난 것 처럼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쳤다.
 
그 사람! 그 사람은...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 분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 그 분을 모욕하는 것은 아무리 너라도 용서 못해! 내 앞에서 다시는 그 분을 모욕하지 마!
 
지숙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형우는 그녀의 눈에서 자신에 대한 적개심까지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목숨 바쳐 사랑하는 정인이 씻을 수 없는 모욕이라도 받은 것 같은 반응이었다.
 
형우는 충격에 휩싸여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숙에게 처음으로 맞았다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가 혼을 내겠다면 얼마든지 맞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뱉은 말은 뺨을 맞은 것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충격이었고, 고통이었다.
 
형우가 멍하니 바라보자 지숙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 모질게 돌아섰다.
 
흥분을 가라 앉히는지 그녀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돌아 선 채 차갑게 말했다.
 
이제 엄마는 잊어. 나도 너를 잊을 거야.
 
그 말만을 남기고 지숙은 떠나갔다.
 
딸랑딸랑.
 
그녀의 방울 소리가 멀어져 갈수록 형우의 눈에 흐르는 눈물이 굵어졌다.
 
엄마는 진짜 그 개새끼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 괴롭히고 못되게만구는 그런 쓰레기에게 영혼까지 바쳐서 복종을 하고 싶은 거야? 정말로 그런 놈들의 자지만 있으면 행복 할 수 있는 거야? 내가 없어도?
 
간절히 묻고 싶었던, 그러나 끝내 물어 볼 수 없었던 질문이 뒤늦게 입술을 삐집고 새어 나왔다.
 
하지만 지숙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형우는 넋이 나간 채 걸었다.
 
카페 밖에서 수철이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그저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어느덧 정신을 차리니 집이었다.
 
형우는 쇼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항상 지숙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던 쇼파였다.
 
그 쇼파에 드러 누워 천정을 쳐다 보았다.
 
망치로 맞기라도 한 것 처럼 머리가 멍했다.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것 처럼 그저 습관처럼 숨을 쉬고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그 상태로 하루가 지났다.
 
잠시 활력이 돌아왔던 몸이 다시 죽어갔다.
 
눈자위가 거무스름해졌고, 피부는 빛을 보지 못해 창백해졌다.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자 몸이 말라갔고, 기력이 사라져 갔다.
 
그러나 몸이 괴로울 수록 형우의 정신은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했다.
 
몸 속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함.
 
마치 자신의 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을 방해하던 슬픔과 서러움의 충격이 안개 걷히듯 걷혀졌다.
 
머리속이 맑아지면서 지숙의 마지막 모습이 영상처럼 떠올랐다.
 
울고 있었어......
 
분명 돌아서는 지숙의 어깨는 들썩이고 있었다.
 
그때는 그저 감정이 격해져서 진정하려고 그런 것이라 여겼는데, 맑은 정신으로 생각해 보니 그녀는 분명히 울고 있었다.
 
형우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돌아 선 채로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형우는 지숙과의 대화를 찬찬히 돌이켜 보았다.
 
그녀가 했던 말들을 되씹고, 또 되씹었다.
 
하루 종일 그녀의 말 만이 머리속에 가득했다.
 
어쩌면 지숙은 이제 다시는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몸을 느끼고, 또한 다시는 예전의 상냥한 엄마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스스로를 버린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형우에게만큼은 음란한 걸레가 아니라 상냥한 엄마로서의 기억을 남겨 놓고 싶어서, 그래서 오히려 그토록 모질게 굴며 형우와의 정을 떼려고 했는 지도 몰랐다.
 
형우가 상냥한 엄마를 추억하면서도, 결국 미워서 자신을 찾지 않게 하려고.
 
그런 생각들이 어쩌면 지숙에 대한 과도한 애정과 믿음으로 인한 억측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맑은 정신은 그것이 진실임을 강하게 주장했다.
 
만약 그렇다면...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추측이 사실일지라도 여전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떠나는 지숙을 그가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민 속에 잠긴 채 사흘 째 되었을 때.
 
집으로 택배가 하나 왔다.
 
보낸 이의 이름은 암컷 이라고 되어 있었다.
 
포장을 뜯자 안에는 씨디 한 장이 들어 있다.
 
씨디 위에는 암컷의 고백 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형우는 등줄기를 타고 스물스물 기어 오르는 불쾌함을 느꼈다.
 
그러나 내용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시디를 넣어 보았다.
 
안에는 그리 크리 않은 용량의 동영상 파일이 하나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형우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11월 27일이라는 날짜로 표기 된 제목.
 
그것은 그가 서동철의 컴퓨터에서 복사해 온 지숙의 영상 파일과 똑같은 형식의 제목이었다.
 
그리고 지숙이 수철에게 이혼 하자고 말을 했던 날이기도 했다.
 
형우는 영상을 재생시켰다.
 
영상에 낯선 방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안에 지숙은 비참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발가 벗은 채 눈에는 안대를 하고 있었고,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있었다.
 
벌어진 다리는 M 자 형으로 구부린 채 로프에 묶여 있었고, 몸 역시 가슴이 두드러지게 중간중간 매듭으로 묶여 있었다.
 
팔은 머리 뒤로 교차되어 묶인 채 벽에 박힌 대못에 고정되었다.
 
그녀의 가슴에는 에그형 진동기가 부착되어 있었고, 보지와 항문에는 굵은 바이브레이터가 꽂힌 채 진동했다.
 
위이잉.
 
진동기가 움직일 때 마다 지숙은 허리를 움찔움찔거렸고, 그때 마다 음핵에 달린 방울 피어싱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바이브레이터가 진동하며 흔들릴 때 마다 지숙의 보지와 항문에서는 상당히 많은 양의 정액과 보짓물이 흘러 나왔다.
 
아마 자지에 수차례 박히고 나서 다시 그런 상태로 한참 동안 묶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지숙은 진동기가 흔들릴 때 마다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지 연신 몸을 베베 꼬아댔다.
 
그러나 입에는 둥근 탁구공 같은 마개가 물려 있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읍읍 거리며 자신의 흥분을 나타낼 뿐이었다.
 
누군가 지숙에게 다가갔다.
 
얼굴은 나오지 않고 뒷모습만 보였다.
 
그는 지숙의 입 마개를 뽑고서 다시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하으으응.
 
지숙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 내리며 쾌락에 찬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런 지숙에게 화면 밖에서 누군가 물었다.
 
넌 우리의 뭐냐?
 
컴퓨터 편집으로 음성이 변조된 목소리였다.
 
하지만 형우는 지숙에게 묻는 말투만 듣고도 그가 김동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숙은 그의 물음에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흐으으응. 전 주인님의 노예입니다.
 
김동혁이 다시 물었다.
 
너의 본성은 뭐냐?
 
음란하고...천박한 암캐입니다.
 
너의 이름은?
 
하아...지숙...서지숙...아니, 개년이에요. 제 이름은 개년이에요.
 
좋아. 개년의 남편은?
 
흐으응. 흰둥이님과 검둥이님이에요.
 
그럼 네 핸드폰에 있는 이 남편은 뭐냐?
 
그는...아으응...그 남자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래? 그렇다면 헤어져도 되겠군?
 
지숙을 비추고 있던 화면 귀퉁이에 손가락이 보이면서 화면이 올라갔다.
 
김동혁이 캠을 들어 올린 모양이었다.
 
화면은 지숙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지숙의 앞에 이르러 그녀의 핸드폰을 화면에 보이고 버튼을 꾹 누른다.
 
삐익- 뚜뚜뚜뚜-
 
어디론가 걸리는 핸드폰 신호음.
 
신호음이 멈추어 갈 때 쯤, 김동혁은 핸드폰의 송신구를 손으로 틀어막고 수신구를 그녀의 앞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 안대에 가려져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지숙에게 명령했다.
 
남편도 아들도 다 버리겠다고 했었지? 우선 남편 부터 버려 봐.
 
그의 단호한 음성에 지숙은 망설이지 않고 소리쳤다.
 
흐으으윽. 버, 버릴게요. 다 버릴게요. 주인님이 시키시면 모두 버릴게요.
 
한창 절정에 이르러서야 겨우 소리치던 말을 이젠 주저 하지도 않고 말을 한다.
 
아마 그동안 김동혁이 계속해서 그런 말을 하게끔 시킨 모양이었다.
 
좋아. 남편한테 할 말 부터 읊어 봐.
 
아흐흑. 네. 주인님......
 
역시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시켰던 듯 지숙은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여, 여보...아니, 수철씨......
 
지숙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수철을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그녀의 남편은 두 마리의 숫캐였기에 수철을 남편이라 부르지 않는 것이다.
 
지숙은 신음을 흘리며 계속 말했다.
 
하으으응. 수, 수철씨...다, 당신...나, 나,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하고 같이...아흐흑...살 수가 없어요...하으으윽. 나...이제 당신하고 사는 게 재미가 없어 졌어...나, 난 주인님한테 길들여...아흐흑...이제 당신은 내 주인이 아냐...내 주인님은 당신 따위 보다 훨씬 다정하고 훌륭한 분으로 바뀌었어요......
 
지숙의 목소리는 쾌락에 흐느끼느라 중간 중간 끊어졌다.
 
그녀는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 지금도...주, 주인...으흑...님이...보고 계...흐윽...나 이젠 주인...흐으응...님 없이는 못 살아...수철씨...당신 따위는...이제 없어도...괜찮아...흐으응...당신 따위...이제 내 남편이 아니야...내 보지의 주인은...당신이...아흐흑...아냐...난 지금...주인...님한테 조교...아흐흑...당하면서...말 하고 있어...그러니까...당신...
 
그때 김동혁이 핸드폰에 손을 올려 놓았다.
 
지숙의 입에서 마지막 고백이 흘러 나왔다.
 
나...수철씨하고...이혼 할거야...당신이 울고 매달려도 어쩔 수... 없어...난 주인님만의 노예이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김동혁이 그녀의 안대를 벗겨 버렸다.
 
그와 동시에.
 
삐익-
 
핸드폰이 스피커폰으로 전환 되었다.
 
-당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주인은 뭐고 조교는 또 뭐야? 당신 대체 왜 그래? 당신 지금 어디 아파? 우리 일단 만나자. 우선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 하자!
 
다급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바로 수철의 것이었다.
 
지숙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악! 수...수철씨?
 
흐릿하던 그녀의 눈이 급히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자신의 입 앞에 위치해 있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수철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영상으로 담고 있는 캠코더.
 
마지막으로 그 캠을 들고 있는 김동혁에 시선이 닿았을 때.
 
지숙의 입이 벌어지며 또 한 번 비명이 흘러 나왔다.
 
이번에는 짜릿한 쾌락이 담긴 비명이었다.
 
끼야아아아아앙!
 
그와 함께 그녀의 보지에서 분수 같은 물이 쏟아졌다.
 
쏴아아아아아.
 
오줌과 같으면서도 다른 물이 보짓물과 정액에 섞인 채 끝없이 새어 나왔다.
 
핸드폰에서 수철의 고성이 들려왔다.
 
-여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말 좀 해봐! 거기 어디야? 내가 당장 갈게!
 
그러나 수철의 목소리에도 지숙의 사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몸 안의 수분을 모두 쏟아 내려는 지 몸을 떨어 대며 끝없이 물을 쏟아냈다.
 
그녀의 보지가 잠잠해졌을 때.
 
김동혁이 그녀의 몸을 밀치고 보지에서 바이브레이터를 뽑아 버렸다.
 
아흐윽.
 
화면이 신음하는 지숙의 몸을 비추었다.
 
김동혁이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탄 모양이었다.
 
그 상태로 자지를 박아 넣고 있는 지 화면이 위 아래로 흔들렸다.
 
지숙의 입에서 다시금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흐흐흑. 주, 주인님. 개보지에 박아 주세요. 주인님의 좆물을 주세요. 수철씨 따위 잊어 버리게 주인님의 것을 새겨 주세요!
 
지숙의 신음 소리에 핸드폰에서 수철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보! 여보! 거기 누구야? 내 아내하고 있는 게 누구냐고? 이 새끼야. 그 여자 내 아내야. 내 마누라라고!
 
평소 지숙이 무엇을 하든지 무관심 하던 수철과는 전혀 다른 격한 반응이었다.
 
김동혁은 그런 수철을 놀리 듯이 지숙의 보지를 범하고, 그녀를 주물렀다.
 
하으으응. 주인님! 주인님!...흐아아앙...나의 주인님......
 
지숙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신음이 커질수록 수철의 고함 또한 커져갔다.
 
-이 새끼야! 그만 해! 그만 하라고! 당장 그 여자한테서 손 떼!
 
그러나 김동혁은 전혀 아랑곳 않았고 마침내 지숙이 또 한 번 절정을 맞이했다.
 
하아아아아앙! 주인니임!
 
지숙은 외마디 신음을 토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야이 개새끼야아아아!
 
핸드폰에서 찢어질 듯 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김동혁이 핸드폰을 꺼버렸다.
 
삐익.
 
핸드폰이 꺼진 후, 캠 화면 역시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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