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선악과 - 2

야오리 5,727 2019.08.28 20:17
츠지지직- 툭.
점심시간, 나름 흡연자들을 위하여 재떨이 옆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잠시 격렬하게 타오르다 이내 잿뭉치로 떨어지는 담배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다.
백화점에 다녀온 그 날 이후, 몇일 째 상상하지 않으려해도 머릿속에서의 아내는 점점 요요하고 도도하게 다른남성들에게 자신의 육체를 과신하고 나는 그 참을 수 없는 자극에 아내가 잠든 침대위를 몰래 빠져나와 마치 혈기왕성한 시절과 같은 격렬한 사정뒤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나를 덮쳐오는 자괴감과 자기혐오와 싸우느라 점심까지 거르고 담배연기로 배를 채우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신 부장아 요즘 너 뭔일있냐?
아뇨, 일은요 무슨 그냥 요즘 입맛이 없네요.
 
윤성호 부장.
같은 부장으로 입사때부터 함께 한 형님이다. 평균키에 나이가 먹을수록 튀어나오는 뱃살때문에 정말 먹은 만큼 보이는 나와달리 젊어서 유도, 레슬링 등 각종 운동을 준 프로 수준까지 수련하고 타고난 피지컬 또한 과연 이 인간이 정말 일반직장인이 맞나 특수임무를 위해 잠입한 특수부대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훌륭하며 그러한 신체적 조건이 겹쳐져 40대 후반을 바라보는 미혼임에도 아직까지 타부서 아가씨들의 워너비인 아주아주 부러운 인간이다.
 
뭔 일 있으면 형한테 얘기해. 해결은 못해줘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냐 ㅋㅋ
 
그걸 어떻게 말하나 내가 예전에 그러했듯 날 미친놈으로 볼텐데. 아무리 성격좋고 친한 형님이라지만 말할 수 없다.
 
에이 진짜 아무일 없습니다, 무슨 일 있었으면 형님께 벌써 말씀드렸죠 빨리 들어가십시다.
그래그래 말 못할 고민이면 고민하지말고 그냥 확 들이받아버려 끌어안고있으나 들이받나 힘든거 비슷할거야.
 
잠시 시시덕거리던 우리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고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서류속에 다시 몸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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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기다리던 퇴근, 오랜만에 같이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하자는 동료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집에돌아와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최근에 계속된 상상탓인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유니클로 추리닝바지, 박스티차림임에도 은근히 비추는 엉덩이라인이나 살짝 비치는 젖꼭지 예전에는 몰랐던 아내의 색기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흘끔흘끔 훔쳐보며 콧구멍으로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시작한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핸드폰 인터넷을 켰다. 그동안 머릿속으로는 부정했지만 손가락은 꾸준히 여러커뮤니티에 드나들었고, 그곳에는 당연히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마치 인력시장에 자신을 내다파는 양 스스로를 소개하고 능력을 과시하는 게시판도 존재했다.
 
먼저 몇가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당연하게도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을 과신하지 말 것. 실제로 와서 어버버하다가 발기도 안돼고 대충 한번 공떡하려는 놈들이 많다나.. 두번째는 충분히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성관계 때 마다 일종의 최면처럼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이해시킬 것.
소프트한 상황으로 시작해볼 것 등 기본적으로 상호간의 신뢰와 이해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기왕 하기로 마음먹은 지금,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며 나 홀로만의 진행속도는 불이 붙기 시작했다. 판타지와 현실은 엄연히 다른것이고 최악의 경우 부부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는 만큼 이는 매우 당연한 일이라 공감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으로 밤이 점점 깊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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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왁싱한번해볼까?
엥? 저번엔 싫다더니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 몇일 뒤, 마침내 대강의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 아내에게 운을 띄웠다.
 
최근 여성잡지나 미디어에서 왁싱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연예인들도 공공연하게 왁싱이 기존의 제모방식보다 좋은 이유들을 말하고 한술 더 떠서 그것을 일종의 디자인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켜 모양을 내기도 하는 등 이제는 하나의 문화적 기호로 자리잡은 왁싱.
 
이전에 아내는 그러한 신문물(?)에 관심을 갖고 나에게 제안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거시기털을 민다는 것에 묘한 반발심을 느껴 단칼에 거절한 전적이 있는 나의 뜻밖의 제안에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왠일이래 그렇게 싫다고 난리더니.
ㅋㅋㅋ 그냥 그게 유행인거 같기도하고 위생에도 좋다길래
나야 뭐 오빠가 시켜주겠다면야 좋지. 다들 좋다고 난리던데.
 
멋쩍게 웃으며 아내의 동의를 얻어낸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동시에 여기서 한발자국이라도 더 나가면 돌이킬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지만 마치 쥐덫에 걸린 치즈를 본 생쥐처럼 소개 게시판을 훑어보며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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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지금.
 
나는 20번째 왁싱사와의 만남을 마친 아내를 보고있다.....
 
인터넷상의 대화와 추후 면접에서도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사람들은 번번히 아내를 왁싱베드로 데려가는 것에 실패하고 아내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는지 눈을 흘기며 나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근데 뭔가 이상해.. 왜 왁싱샾으로 안가고 개인 출장왁싱만 고집하는거야?
 
올것이 왔구나.
 
아니 요즘 하도 극성이잖아. 거의 나체로 진행하는데 그런곳에서 하는 게 솔직히 나는 좀 걱정이다. 유출이라도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하긴.. 얼굴 다팔려서 성인사이트 돌아다니면 어떡해 근데 개인 왁싱사들도 뭔가 느물거리는게 마음에 안들어 오히려 더 불안하기도하고..
그래.. 그럼 내가 다시 한번 믿을만 한 사람으로 구해볼게 회사에 어린애들한테 물어보면 잘알더라 그래도 ㅋㅋ
 
미리 이런상황이 오면 어떻게 둘러대야할까 머리를 쥐어짜던 보람이 있다.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니 대번에 안색이 창백해지는 아내를 설득해 위기를 넘긴 나는 겉으로 웃음을 띈채로 속으로 울며 다음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사실 하고 많은 방법 중에 굳이 왁싱을 선택한 이유는 별게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자극을 받은 포인트가 어느 곳인지 생각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모습으로 느껴버리는 아내를 알고싶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그동안 밋밋한 아내의 그곳을 본적이 없는 나와 달리 스스로의 손으로 그곳을 민둥산으로 만들어 정복하는 남자의 존재, 일이 진행되며 점점 더 남자에게 굴복하고 복종하며 엉망진창으로 망가지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싶다는 욕망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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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가 굉장히 어색하셨죠...? 저도 그래서 말투만 좀 바꿨습니다
몰입에 방해가 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ㅜㅜㅜ
 
자꾸 글이 늘어지는게 쓰면 쓸수록 밑천이 나오는 것 같아 부끄럽네요 ㅜ
아마 프롤로그는 여기까지가 될 것 같고 다음화부턴 본격적인 진행이 될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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